학생이 배워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공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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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 작성일 | 20-03-16 10:52 | 조회 | 3,818회 | 댓글 | 0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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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글로영어 교사 연수 때 함께 했던 선생님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자기 아이들과 조카들만 데리고 한글로영어를 하시다가 이제 공부방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막막하다며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셨다. 선생님과의 통화가 끝난 후, 우리 공부방에서 하고 있는 수업의 방식에 대해 공유해서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공부방의 수업 방식은 '하이브리드'입니다.
수업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학부모님들도 궁금해 하신다. 강의를 하는지 한 명 한 명 봐주는지. 중요한 걸 먼저 말하자면, 우린 같은 시간대에 최대 8명을 정원으로 하고, 1대1 학습 코칭이 주를 이룬다. 필요에 따라 학습 범위가 같은 아이들에게 강의?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짤막하게 설명을 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강의식 수업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그 이유는 우선, 아이들은 강의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 지루함을 느낀다. 학생에 따라 다르지만 설명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지루해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길고 장황한 설명은 좋지 않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선생이 아무리 열심히 설명한다고 해도 간단명료하지 않으면 학생은 혼란스럽다. 그리고 선생의 모든 설명을 학생이 한 번에 소화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설명은 필요할 때마다 간단하고 분명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생마다 필요로 하는 설명이 다르다는 것도 유념해두어야 한다.
30대인 내가 학생일 적에는 개인 과외나 그룹 과외를 제외하고 학원들은 대부분 일괄적인 강의식 수업을 했다. 한 반에 수강 인원도 열 명이 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한 명의 교사가 열 명 이상의 많은 학생을 데리고 일괄적으로 강의를 하는 수업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학원들이 몸집을 줄이기 시작했다. 대도시에 스타 강사들이 있는 대형 학원들은 사정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소도시나 시골에선 대형 학원들보다 소규모 학원들이 더 선호되고 있다. 학원이나 공부방들도 '소규모', '과외식 수업'이라는 홍보 문구를 많이들 내건다. 그리고 일괄적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는 의미로 '티칭 앤 코칭'이란 문구도 종종 보인다. 왜 그럴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학습자는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소화할 수 있는 지식의 양도, 그 속도도 서로 다른데 어떻게 일괄적인 강의식 수업이 모두에게 골고루 도움이 될까? 거기에다 수강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업의 질은 당연히 떨어진다. 교사의 입장, 학원의 입장에서는 일괄적인 수업, 일방적인 강의가 편할 수는 있다. 모두 진도가 똑같으니 수업 관리도 편하고 한 타임에 많은 인원을 데리고 할 수 있으니 좋다. 하지만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별로다. 학원 수업보다 앞서는 학생은 그 학생대로, 학원 수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은 그 학생대로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형 학원들이 몸집을 줄여 소규모로 반을 운영하고, 일괄적인 수업보다는 어느 정도 필요에 따라 강의도 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에 맞게 맞춤식 수업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교사의 입장에서는 좀 더 귀찮고 에너지 소모도 더 많은 방법이다. 아이들마다 따로 관리를 해줘야 하니 말이다. 잘 하려면 보통 꼼꼼해야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공부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학생 진도표다. 이 양식은 한글로영어를 개인적으로 하고 계신 분이 SNS에 공유하셔서 벤치마킹할 수 있었다. 내가 사용하기 편한 대로 조금 바꿨다.
아이들마다 사용하는 교재도, 진도도 다 다르기 때문에 개별 진도표가 있어야 한다. 진도표를 사용하는 것과 사용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진도표를 사용하면 관리하는 교사도 학습하는 학생도 편하다. 교재에 써서 표시하거나 스티커를 붙여 표시하면 헷갈릴 수 있고 스티커는 떨어지기 쉽다. 아이 한 두 명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진도표를 만들어 관리하는 게 좋다. 교사가 관리하기도 수월하지만 진도표는 학생에게도 좋다. 자신이 지금 어느 부분을 학습하고 있는지, 얼만큼 해왔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앞뒤로 기록이 모두 채워지고 종이를 갈아야 할 때면 사진을 찍어서 그동안 이만큼 열심히 학습했습니다~하고 부모님께 문자로 보내드린다. 학원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얘 모르고 계신 것보다는 이렇게 꾸준히 하고 있음을 보여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종이를 아이 편에 집으로 보내면 십중팔구 보여드려야 한다는 걸 잊거나 팔랑팔랑 들고 다니다 잃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휴대폰이라는 기계를 통해서라도 보여드린다.
처음에 진도표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을 땐 사무실에서 보통 쓰는 노~란색 폴더를 사용했었다. 맨 윗 부분에 구멍 두 개 뚫어서 종이 끼우는 그거. 중학생들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 우리 초딩들은 그걸 그냥 두지를 못했다. 잘 끼워둔 종이를 잡아당겨서 뚫어둔 부분이 찢어졌다. 폴더에 끼워 놓은 의미를 사라지게 했다. 새로 껴놓고 또 새로 껴놓고 하다가 아깝지만 학생 수대로 산 색색깔의 폴더를 책장에 정리해넣고 투명색 A4 보관... 뭐라고 칭해야 하나... 사진 속의 저것. 투명한 폴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써 본 결과 저게 제일 낫다. 구멍 안 뚫어도 되고 진도 기록할 땐 슥 빼서 쓰고 다시 스윽 집어넣으면 되고, 교재 옆에 딱 두면 한 눈에 진도가 보이니 좋다.
일요일, 또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인 월요일 오전에 이 진도표를 다 꺼내서 진도를 기록해준다. 아이들 한 명 한 명마다 말이다. 한 명 한 명의 진도를 기록하는 것도 시간 소요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허투루 버려지는 작업은 아니다. 진도표를 하나 하나 살피며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고 공부방에서의 재밌었던 상황들이 떠오르면 피식피식 웃기도 한다. 수학 교사인 남편과 얘는 저번에 이래서 재밌었지, 저번엔 스트레스가 좀 있었지만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교사들끼리 아이들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대화가 오갈 수도 있는 작업이다. 음~ 예전엔 좀 더뎠는데 이제는 제법 속도가 붙어서 잘 따라오네~ 하며 흐믓해 하거나, 요새 약간 빠져가지고 제대로 안 하는 놈들은 좀 도 복습을 시켜서 학습 효과를 노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한글로영어는 매일 매일 새롭게 진도를 나가는 것이 아닌, 3일에서 5일 정도 반복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반복한다는 뜻인 "를 써놓는데 아이들은 저걸 모르는지, 숫자 11이라고 이해해서 자기 진도 부분이 아닌데도 11쪽을 펴놓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내가 학생일 땐 선생님들이 저 표시를 많이들 썼던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저걸 모르는 건지? 여튼 알려줬다. 위에랑 똑같단 의미라고. 일주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주일치 진도를 기록해놓는데, 속도가 좀 붙어서 3일이면 새로 진도를 나가도 되겠다 싶은 아이들은 뒷날 진도를 바꿔주기도 한다.
진도표가 좋은 또 다른 점은 이걸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그냥 말로 여기를 해라, 라고 하면 완전히 시켜서 하는 거라 그 때 해놓고 내가 어딜 학습했었는지 쉽게 잊고 더 수동적, 의존적으로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진도표를 짜주되 자신이 어느 부분을 학습하고 있는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스스로 그 교재의 그 쪽을 펼쳐서 학습을 하고 또 다음 교재도 직접 찾아서 학습하고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날 거라 생각한다. 우리 친정 어머니가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하나가 밥상을 차려주면 아무리 혼자 못해도 지가 스스로 떠먹을 줄은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에게 새겨져 있다. 아무리 어리고 능력이 부족해도 차려진 밥상을 두고 스스로 수저를 잡아 떠먹는 것부터 하게끔 해야 나중에 지 밥상을 지가 차려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공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계속 교사나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스스로 공부해야 할 때가 되었을 때 독립해서 공부하기가 어렵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사소한 것 같지만 위험할 수 있는 얘기다.
지금 인상깊게 읽고 있는 책에 이런 구절들이 있다.
-학생이 배워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공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헛수고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자격시험은 통과할지 몰라도, 정말로 이해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무런 능력도 기르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만다. (중략)
더구나 자기거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미리 내다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주제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공부하고 통달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 한, 다시 말해 공부하는 방법, 즉 정신 능력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는 한,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으며 그런 교육은 미래의 직업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략)
사람들은 흔히 아이들의 두개골 속에 뇌가 있으로 당연히 공부하는 법도 알 거라고 가정해 버린다. 오늘날의 대학생 대다수가 공부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졸업한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공부할 때마다 나주 힘겨워한다. 그들이 배운 공부법이라고는 어떤 기계적 절차에 따라 틀에 박힌 절차를 수행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정한 절차를 기계적으로 외웠을 뿐인 것이다.
<공부책> 18~19쪽
진도표. 사소하지만 나는 이런 작은 것부터 활용함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러길 바란다. 이제 이 진도표와 우리 공부방식 학습 방법에 익숙해졌으니 다음은 한 술 더 떠서 자기 진도를 직접 써보게 할 생각이다. 자신이 얼마나 소화하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공부방을 쉰지 3주가 지났다. 다음 주면 휴원 4주차에 접어든다. 개학이 2주 더 연기될 수 있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휴. 일을 많이 할 때는 또 그 나름대로 힘듦이 있지만 오래 쉬는 것도 힘들구나. 그래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재점검할 수 있다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 사태가 어서 종식되기를 기도해본다.
#영어공부법 #자기주도학습 #티칭앤코칭 #학원수업 #영어학원 #경북봉화 #봉화군 #코로나19 #휴원 #개학연기 #스스로영어 #공부책 #공부법 #한글로영어 #한글영어
☆우리 공부방의 수업 방식은 '하이브리드'입니다.
수업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학부모님들도 궁금해 하신다. 강의를 하는지 한 명 한 명 봐주는지. 중요한 걸 먼저 말하자면, 우린 같은 시간대에 최대 8명을 정원으로 하고, 1대1 학습 코칭이 주를 이룬다. 필요에 따라 학습 범위가 같은 아이들에게 강의?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짤막하게 설명을 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강의식 수업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그 이유는 우선, 아이들은 강의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 지루함을 느낀다. 학생에 따라 다르지만 설명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지루해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길고 장황한 설명은 좋지 않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선생이 아무리 열심히 설명한다고 해도 간단명료하지 않으면 학생은 혼란스럽다. 그리고 선생의 모든 설명을 학생이 한 번에 소화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설명은 필요할 때마다 간단하고 분명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생마다 필요로 하는 설명이 다르다는 것도 유념해두어야 한다.
30대인 내가 학생일 적에는 개인 과외나 그룹 과외를 제외하고 학원들은 대부분 일괄적인 강의식 수업을 했다. 한 반에 수강 인원도 열 명이 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한 명의 교사가 열 명 이상의 많은 학생을 데리고 일괄적으로 강의를 하는 수업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학원들이 몸집을 줄이기 시작했다. 대도시에 스타 강사들이 있는 대형 학원들은 사정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소도시나 시골에선 대형 학원들보다 소규모 학원들이 더 선호되고 있다. 학원이나 공부방들도 '소규모', '과외식 수업'이라는 홍보 문구를 많이들 내건다. 그리고 일괄적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는 의미로 '티칭 앤 코칭'이란 문구도 종종 보인다. 왜 그럴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학습자는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소화할 수 있는 지식의 양도, 그 속도도 서로 다른데 어떻게 일괄적인 강의식 수업이 모두에게 골고루 도움이 될까? 거기에다 수강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업의 질은 당연히 떨어진다. 교사의 입장, 학원의 입장에서는 일괄적인 수업, 일방적인 강의가 편할 수는 있다. 모두 진도가 똑같으니 수업 관리도 편하고 한 타임에 많은 인원을 데리고 할 수 있으니 좋다. 하지만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별로다. 학원 수업보다 앞서는 학생은 그 학생대로, 학원 수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은 그 학생대로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형 학원들이 몸집을 줄여 소규모로 반을 운영하고, 일괄적인 수업보다는 어느 정도 필요에 따라 강의도 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에 맞게 맞춤식 수업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교사의 입장에서는 좀 더 귀찮고 에너지 소모도 더 많은 방법이다. 아이들마다 따로 관리를 해줘야 하니 말이다. 잘 하려면 보통 꼼꼼해야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공부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학생 진도표다. 이 양식은 한글로영어를 개인적으로 하고 계신 분이 SNS에 공유하셔서 벤치마킹할 수 있었다. 내가 사용하기 편한 대로 조금 바꿨다.
아이들마다 사용하는 교재도, 진도도 다 다르기 때문에 개별 진도표가 있어야 한다. 진도표를 사용하는 것과 사용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진도표를 사용하면 관리하는 교사도 학습하는 학생도 편하다. 교재에 써서 표시하거나 스티커를 붙여 표시하면 헷갈릴 수 있고 스티커는 떨어지기 쉽다. 아이 한 두 명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진도표를 만들어 관리하는 게 좋다. 교사가 관리하기도 수월하지만 진도표는 학생에게도 좋다. 자신이 지금 어느 부분을 학습하고 있는지, 얼만큼 해왔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앞뒤로 기록이 모두 채워지고 종이를 갈아야 할 때면 사진을 찍어서 그동안 이만큼 열심히 학습했습니다~하고 부모님께 문자로 보내드린다. 학원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얘 모르고 계신 것보다는 이렇게 꾸준히 하고 있음을 보여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종이를 아이 편에 집으로 보내면 십중팔구 보여드려야 한다는 걸 잊거나 팔랑팔랑 들고 다니다 잃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휴대폰이라는 기계를 통해서라도 보여드린다.
처음에 진도표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을 땐 사무실에서 보통 쓰는 노~란색 폴더를 사용했었다. 맨 윗 부분에 구멍 두 개 뚫어서 종이 끼우는 그거. 중학생들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 우리 초딩들은 그걸 그냥 두지를 못했다. 잘 끼워둔 종이를 잡아당겨서 뚫어둔 부분이 찢어졌다. 폴더에 끼워 놓은 의미를 사라지게 했다. 새로 껴놓고 또 새로 껴놓고 하다가 아깝지만 학생 수대로 산 색색깔의 폴더를 책장에 정리해넣고 투명색 A4 보관... 뭐라고 칭해야 하나... 사진 속의 저것. 투명한 폴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써 본 결과 저게 제일 낫다. 구멍 안 뚫어도 되고 진도 기록할 땐 슥 빼서 쓰고 다시 스윽 집어넣으면 되고, 교재 옆에 딱 두면 한 눈에 진도가 보이니 좋다.
일요일, 또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인 월요일 오전에 이 진도표를 다 꺼내서 진도를 기록해준다. 아이들 한 명 한 명마다 말이다. 한 명 한 명의 진도를 기록하는 것도 시간 소요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허투루 버려지는 작업은 아니다. 진도표를 하나 하나 살피며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고 공부방에서의 재밌었던 상황들이 떠오르면 피식피식 웃기도 한다. 수학 교사인 남편과 얘는 저번에 이래서 재밌었지, 저번엔 스트레스가 좀 있었지만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교사들끼리 아이들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대화가 오갈 수도 있는 작업이다. 음~ 예전엔 좀 더뎠는데 이제는 제법 속도가 붙어서 잘 따라오네~ 하며 흐믓해 하거나, 요새 약간 빠져가지고 제대로 안 하는 놈들은 좀 도 복습을 시켜서 학습 효과를 노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한글로영어는 매일 매일 새롭게 진도를 나가는 것이 아닌, 3일에서 5일 정도 반복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반복한다는 뜻인 "를 써놓는데 아이들은 저걸 모르는지, 숫자 11이라고 이해해서 자기 진도 부분이 아닌데도 11쪽을 펴놓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내가 학생일 땐 선생님들이 저 표시를 많이들 썼던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저걸 모르는 건지? 여튼 알려줬다. 위에랑 똑같단 의미라고. 일주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주일치 진도를 기록해놓는데, 속도가 좀 붙어서 3일이면 새로 진도를 나가도 되겠다 싶은 아이들은 뒷날 진도를 바꿔주기도 한다.
진도표가 좋은 또 다른 점은 이걸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그냥 말로 여기를 해라, 라고 하면 완전히 시켜서 하는 거라 그 때 해놓고 내가 어딜 학습했었는지 쉽게 잊고 더 수동적, 의존적으로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진도표를 짜주되 자신이 어느 부분을 학습하고 있는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스스로 그 교재의 그 쪽을 펼쳐서 학습을 하고 또 다음 교재도 직접 찾아서 학습하고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날 거라 생각한다. 우리 친정 어머니가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하나가 밥상을 차려주면 아무리 혼자 못해도 지가 스스로 떠먹을 줄은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에게 새겨져 있다. 아무리 어리고 능력이 부족해도 차려진 밥상을 두고 스스로 수저를 잡아 떠먹는 것부터 하게끔 해야 나중에 지 밥상을 지가 차려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공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계속 교사나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스스로 공부해야 할 때가 되었을 때 독립해서 공부하기가 어렵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사소한 것 같지만 위험할 수 있는 얘기다.
지금 인상깊게 읽고 있는 책에 이런 구절들이 있다.
-학생이 배워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공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헛수고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자격시험은 통과할지 몰라도, 정말로 이해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무런 능력도 기르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만다. (중략)
더구나 자기거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미리 내다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주제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공부하고 통달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 한, 다시 말해 공부하는 방법, 즉 정신 능력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는 한,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으며 그런 교육은 미래의 직업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략)
사람들은 흔히 아이들의 두개골 속에 뇌가 있으로 당연히 공부하는 법도 알 거라고 가정해 버린다. 오늘날의 대학생 대다수가 공부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졸업한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공부할 때마다 나주 힘겨워한다. 그들이 배운 공부법이라고는 어떤 기계적 절차에 따라 틀에 박힌 절차를 수행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정한 절차를 기계적으로 외웠을 뿐인 것이다.
<공부책> 18~19쪽
진도표. 사소하지만 나는 이런 작은 것부터 활용함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러길 바란다. 이제 이 진도표와 우리 공부방식 학습 방법에 익숙해졌으니 다음은 한 술 더 떠서 자기 진도를 직접 써보게 할 생각이다. 자신이 얼마나 소화하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공부방을 쉰지 3주가 지났다. 다음 주면 휴원 4주차에 접어든다. 개학이 2주 더 연기될 수 있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휴. 일을 많이 할 때는 또 그 나름대로 힘듦이 있지만 오래 쉬는 것도 힘들구나. 그래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재점검할 수 있다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 사태가 어서 종식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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