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기하더라도 우리 아이만큼은..

영어에 관심은 많지만 애정은 없었던 나

영어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지도 않고, 영어에 관련된 서적이나 동영상 강좌 등을 구매하는 데 매번 적지 않은 돈을 써 왔음에도 나의 영어 실력은 항상 제자리였다.

유튜브에서 영어 강사가 나와서 몇분짜리 회화 강의라도 하면 꼭 시청하고, 영어관련 유튜버가 좋은 습관이나 노하우를 이야기하면 어김없이 따라해보기도 했다.

영어 관련 컨텐츠와 공부방법은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왔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어릴때부터 지금껏 그래왔듯이 정말 영어에 ‘관심은 많은데 애정은 없는’ 상태로 지속해 왔다.

이제 내 나이 40대 중반..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뭐랄까 딱히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목표도 점점 희미해지고 이제 공부해서 뭘 하나 싶었다.

그렇게 영어를 ‘포기 아닌 포기’ 할 무렵, 늦게 가진 아이가 초등학교에 올라가자 아이 학원비도 아낄겸 안되는 영어실력이지만 직접 아이를 가르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재는 뭘로 하지?

막상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려니 교재를 뭐로 해야할지 고민이 앞섰다. 시중에 나와있는 여러 교재를 살펴보았는데 하나같이 “이걸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싶은 난감한 커리큘럼이었다.

영어 단어 하나하나 가르쳐야하나? 스펠링은 어쩌지? 발음은 어떻게 할까? 내 발음도 엉망인데.. 그럼 할 때마다 네이버사전에서 하나하나 들려주면서 해야하나? 등등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글로영어? 이게 뭐지?

반신반의(半信半疑)

어릴때 중학교때 처음으로 영어를 배웠는데, 학교에서 선생님은 절대 영어 밑에 한글로 음을 달지 말라고 하셨다. 하도 그렇게 교육을 받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영어를 한글로 적은걸 보면 속된말로 ‘수준이 낮아’ 보였다.

사실 이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시작도 하기전부터 거부감이 들어서.. 신뢰를 하지 못하니 시작을 하기 어려웠다. 한글로영어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관련 내용들을 계속 접하면서도 3개월 이상을 방황했다.

어느덧 아이는 2학년 2학기에 접어들었고, 더이상은 미루고 싶지 않았기에 서둘러 교재를 몽땅 사고 ‘3주 집중훈련’ 과정을 신청했다. 그동안 영어에 들인 돈이 얼마인데, 이제와서 돈을 아낄 것도 아니고 또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동안 해왔던 것에 비하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지출도 아니었다. 이렇게 나의 ‘한글로영어’ 의 시작은 반신반의로 시작되었다.

혀를 꼬부리고우~ 일거보쉐요우~

수업 첫시간부터 멘붕이 왔다. 언어를 잘하려면 말을 많이 하고, 얼굴에 철판(?!)도 두꺼워야 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한글해석부분부터 혀를 완전히 구부리고 읽는 것이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해석부분 읽는것 적응하는데만도 며칠이 걸렸다. 물론 지금은 왜 그렇게 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줌(ZOOM)을 이용한 수업
(초상권문제로 홈페이지 사진을 사용했다)

줌(ZOOM)을 이용한 수업 (초상권문제로 홈페이지 사진을 사용했다)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에 주의하며 읽어주세요

아는 단어고 쉬운 단어면 나도 모르게 빨리 읽고 발음도 대충 흘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장님은 ‘기초가 제일 중요하다’ 며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 것을 강조하셨지만 집이나 회사에서 과제(낭독)를 하다보면,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점점 빠르고 엉망으로 읽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참 잘했어요. 정말 잘했어요. 당신은 정말 대단하군요!